[시] 어머니 생각
파아란 하늘, 펄럭이는 만국기 운동장 가득 메운 사람들 시골 초등학교 운동회 날 청군 백군 시합도 많지만 그중에 꽃은 100미터 달리기 1등은 공책 두 권 2등은 한 권 3등은 연필 두 자루 5명이 한조 되어 화약 총소리 하얀 선을 따라 운동장을 돈다 그날도 나는 5등으로 젖 먹던 힘 다해 뛰는데 2등이 1등 앞지르려다 발끝에 걸려 넘어지고 결승점 보이자 4등이 3등 팔을 잡아 둘이 싸우다 실격 나는 여유 있게 결승 테이프를 끊었다 시상을 기다리는 1등의 행렬 모두 나만 보는 것 같아 침이 마르고 입안이 쓰디썼다 공책 두 권 받아들고 돌아서니 환한 어머니 얼굴 잘혔다 즈덜이 잘못헌거지 뭐 열심히 뛰다보면 이렇게 1등헐때도 있는겨 다독여 주던 어머니 손길 그제야 활짝 핀 코스모스도 날 축하하는 것 같았다 살다보니 내 인생 종점 저만치 보이는데 잘 산 건지, 아닌 건지 헷갈리는 날 우리 어머니 살아 계셨다면 그런대로 잘 산겨 아들 여윈 내 등 어루만져 주셨을 텐데. 강언덕 / 시인시 어머니 생각 어머니 생각 어머니 얼굴 어머니 손길